브이아이피 V.I.P. the movie


오늘 <브이아이피(V.I.P.)를 보았습니다. 이 영화는 그간 박훈정 감독이 보여줬던 전작들(<대호>는 제외해야겠네요)의 총합이라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. 이종석이 연기한 북한 귀순 VIP 김광일 일당의 잔혹 행위를 묘사하는 전반부의 어느 곳에서는 그가 시나리오를 썼던 <악마를 보았다>가 떠오르더군요. 영화 전반적으로 보면 <브이아이피>는 박훈정의 두 번째 영화 <신세계>의 확장판 쯤이라 말할 수 있을 것 같아요. 대결이라는 구도는 데뷔작 <혈투>의 그것과 유사하기도 하구요.

영화는 박훈정 특유의 잔혹과 위트가 버무러져 누아르와 스릴러 장르의 어딘가쯤에 위치합니다. 동시에 지극히 남성적 시선을 견지하고 있기도 하죠. 저는 이 영화를 보며 그가 국정원, 경찰, 북한 공작원 등을 내세웠지만, 그냥 회사에 다니는 저와 같은 직장인의 어떤 것과 유사하다고도 느꼈어요. 미시적으로는 그렇고, 거시적으로는 한국, 북한, 미국 사이의 (동시대와 같은) 정치적 그 무엇과도 닮아있구요. 왜 그렇잖아요.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고, 굳이 밀어붙여도 결과는 좋지 않은 그런 회사일.

각설하고 감독은 각자의 상황에 처한 네 남자를 전면에 두고 흥미진진한 잔혹 누아르를 펼쳐냅니다. 엄청 크게 망해버린 <대호> 이전의, 이야기 잘 푸는 박훈정으로 돌아와서 말이죠.

사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캐스팅에 대한 우려가 많이 있었죠. 한 편으로는 슈퍼 캐스팅이지만, 또 한 편으로는 걱정이 많은 부분도 있었거든요. 각각의 호불호는 있겠지만 장동건, 김명민, 박희순, 이종석이 한데 잘 어우러집니다. 박희순의 분량이 조금 뒤쳐지는 게 아쉽긴 하지만, 이종석이 연쇄 살인마 역을 꽤나 잘했다고 판단됩니다.

일단 개봉하면 이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겠죠. 이건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 의견 임을 밝혀요. 하하. 어찌되었든 <브이아이피>라는 영화는 남자 중심 영화가 판치는 근래 충무로 트렌드에서 조금 더 나아간, 진화한 남자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. 물론 박훈정 감독의 여성성 바라보기에는 추후 많은 논란거리가 불거져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견해가 있긴 합니다. 이 영화에는 단 한 명의 비중있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아요. 단순한 피해자 대상으로서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.

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야기적인 면에서, 소재 면에서, 영화적 면에서 <브이아이피>는 꽤나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. <신세계>라는 딱지를 떼면 더 그럴 듯 하겠죠. 하지만 박훈정에게는 언제나 <신세계>라는, 또 <대호>라는 그림자가 붙어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지요.

from belle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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